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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유래와 현대의 추석 - 농경사회의 명절에서 현대사회의 휴일로

D DX관리자
2026.09.24 08:24(수정됨) 4 0

 

추석의 유래와 현대의 추석

농경사회의 명절에서 현대사회의 휴일로


들어가며

추석이 다가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명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나고, 차례를 지내고, 송편을 만들고, 성묘를 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어 온 추석의 대표적인 풍경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추석을 과거의 추석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의 추석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었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확인하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며, 조상을 기리고, 가족과 친족이 만나 공동체의 결속을 확인하는 중요한 세시 의례였다. 농경사회에서 수확은 곧 생존과 직결되었기 때문에 추석이 갖는 경제적·사회적·종교적 의미는 매우 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거쳐 도시화·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이동했다. 대부분의 국민이 농사를 짓지 않게 되었고, 대가족 중심의 생활 형태 역시 핵가족과 1인 가구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며, 명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곳에 모여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도 과거에 비해 약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남는다.

농경사회의 조건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추석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전통을 지켜야 하느냐, 버려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추석이라는 명절이 어떤 역사적 조건에서 만들어졌으며, 그 조건이 사라진 오늘날 추석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석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1. 추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추석은 음력 8월 15일에 해당하는 명절로, 한가위·가위·가배·중추절 등의 이름으로 불려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추석을 농경사회에서 수확의 계절을 맞아 풍년을 축하하고 감사하며, 햇곡식과 햇과일로 음식을 마련하여 조상을 기리고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 즐기던 명절로 설명한다. 또한 추석의 연원이 삼국시대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정리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기록은 『삼국사기』에 등장한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따르면 신라 제3대 유리 이사금 때 도성 안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나누고 왕녀들이 각각 편을 이끌어 음력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길쌈 경쟁을 벌였다고 전한다. 마지막 날 승부를 가리고 진 편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때의 명칭이 ‘가배’였으며, 오늘날 추석의 역사적 연원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고대 기록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유리왕 9년인 서기 32년에 이미 추석이 하나의 명절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으로 설명한다.
 

다만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추석을 처음부터 유교적 명절이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추석의 보다 오래된 기반에는 농경생활과 계절의 변화, 수확, 공동체의 놀이와 감사 의례가 있었다. 유교적 조상 제례와 차례의 형식은 이러한 오래된 세시문화 위에 후대의 유교적 예제와 가족 질서가 결합하면서 발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즉, 추석의 뿌리를 하나의 사상이나 종교에서만 찾기보다는 농경사회에서 형성된 계절 의례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결합해 현재의 명절 형태로 발전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농경사회에서 추석이 중요했던 이유

오늘날 우리가 추석을 바라보는 방식과 과거 사람들이 추석을 바라보던 방식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에게 추석은 긴 연휴와 가족 모임, 차례, 여행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 추석은 단순히 며칠 쉬는 날이 아니었다.
 

수확의 계절이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 동안 농작물을 돌본 뒤 가을에 수확하는 농업의 순환에서 음력 8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한 해 동안 흘린 노동의 결과가 눈앞에 나타나는 때였으며, 곡식과 과일이 익고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나라 세시풍속이 씨 뿌리기, 김매기, 거두기, 저장하기 등 농업의 순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수확기에 추수에 감사하는 의례로 추석이 행해졌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과거의 추석에는 오늘날보다 훨씬 강한 현실적 의미가 있었다.

올해 농사가 잘되었다는 것은 가족이 겨울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였고, 수확물이 풍부하다는 것은 공동체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였다.

오늘날에는 마트에 가면 계절과 관계없이 수많은 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 해의 농사가 실패하면 그 영향은 다음 해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추석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생존과 풍요에 대한 감사의 시간이자 공동체가 한 해의 결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사회적 장치였다.



3. 추석과 조상 숭배, 그리고 유교

현대의 추석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차례와 성묘다.

그러나 이것 역시 역사적으로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추석 자체의 기원과 유교적 조상 제례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추석은 훨씬 오래된 농경사회와 세시풍속의 기반 위에서 형성되었으며, 이후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조상에 대한 제례문화와 결합하였다.

특히 조선시대에 성리학적 질서가 사회 전반에 강하게 자리 잡으면서 가족과 조상, 제례에 관한 규범이 더욱 체계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명절과 조상 제례의 관계 역시 강화되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추석의 모습에는 서로 다른 역사적 층위가 겹쳐 있다.

농경사회가 남긴 수확과 감사의 문화, 공동체 놀이와 친족 관계, 조상에 대한 기억, 그리고 후대의 유교적 제례문화가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명절 문화를 형성한 것이다.
 

따라서 추석을 단순히 ‘유교의 명절’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으며, 반대로 조상 제례와 아무 관계가 없는 순수한 농경축제로만 보는 것 역시 충분하지 않다. 추석은 오랜 시간 동안 변화하면서 만들어진 복합적인 문화다.



4. 산업화가 추석을 바꾸기 시작하다

추석의 의미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동하면서부터다.

산업화는 단순히 공장과 도시를 만든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었다.
 

과거에는 한 마을 안에서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했다. 농촌을 떠나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산업도시로 이동하는 인구가 증가했고,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추석은 역설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가족이 함께 살았던 시대에는 명절에 가족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가족이 전국 각지로 흩어지면서 명절은 오히려 이동을 통해 가족을 다시 만나는 기간이 되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귀성문화 역시 이러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결과와 깊은 관계가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명절 특별수송 관련 조사에서도 추석 기간의 귀성·여행 이동이 대규모 교통수요를 만들어내는 현상이 확인되어 왔다. 과거 조사에서는 추석 특별수송기간 동안 승용차 수송수요가 평시보다 크게 증가했으며, 귀성뿐 아니라 여행 역시 명절 이동의 한 형태로 나타났다.

즉, 현대의 추석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사람들이 다시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변모했다.

추석의 본질이 바뀌었다기보다, 추석을 필요로 하는 사회의 구조가 바뀐 것이다.



5. 가족의 변화와 추석

추석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변화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과거의 가족은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하는 대가족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조부모와 부모, 자녀가 가까운 공간에서 생활했으며 친족 간의 관계 역시 지금보다 훨씬 촘촘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핵가족화가 진행되었고 1인 가구 역시 크게 증가했다.

가족이 반드시 한 공간에 모여 살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약해졌다.

이 변화는 명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명절에 가족을 만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받아들여졌다면, 현대사회에서는 가족 구성원 각각의 일정과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명절에 반드시 고향에 가야 한다는 생각 역시 세대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전통을 싫어한다’는 문제로 볼 수 없다.

젊은 세대가 살아가는 사회적 조건 자체가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주거비와 교육비, 취업 문제, 불안정한 고용, 장시간 노동, 개인의 여가와 휴식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모두 명절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명절이 가족을 만나는 기쁨의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경제적 부담이나 이동의 피로, 가족 간의 갈등을 경험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명절을 둘러싼 가족 갈등은 학술적으로도 연구되어 왔다. 한 연구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명절 가족 대화에서 발생하는 갈등 표현과 그 해석 양상을 분석했으며, 가족 구성원이 서로 다른 관계 인식과 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을 때 명절 대화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한국인의 세대 간 연대를 연구한 질적 연구에서도 급속한 사회변화 속에서 세대 간 갈등과 연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적인 양상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현대의 추석을 단순히 ‘전통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일 수 있다.



6. 추석은 사라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추석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추석의 의미가 변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후자에 더 가까운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문화는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가 변하면 전통도 변한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방식이 변하고, 가족이 만나는 장소가 변하고, 명절에 먹는 음식이 변하고, 명절을 보내는 기간과 방법도 변한다.

과거의 추석에서 중요한 것이 ‘함께 모이는 것’이었다면 현대의 추석에서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만나는 것’으로 의미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가족은 차례를 지낸다.

어떤 가족은 성묘를 간다.

어떤 가족은 외식을 한다.

어떤 가족은 여행을 간다.

어떤 가족은 집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휴식을 취한다.

또 어떤 가족은 명절에도 각자의 집에서 쉬면서 전화나 메시지로 안부를 나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추석의 올바른 모습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명절의 본질이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다면, 형식이 변하는 것 자체가 전통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7. ‘귀성’에서 ‘여행’으로

현대 추석의 또 다른 특징은 여행문화의 확대다.

과거에는 명절 이동의 상당 부분이 고향 방문과 친족 방문에 집중되었다면, 현대에는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이동도 중요한 명절 소비 형태가 되었다.
 

이는 단순히 사람들이 전통을 싫어해서 발생한 현상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여가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명절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곧 고향 방문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 역시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명절 여행을 전통의 반대편에 놓을 필요도 없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는 것 역시 현대적인 가족문화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다만 명절 여행에는 경제적 비용과 교통 혼잡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
 

명절이라는 특정 시기에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에 교통과 숙박, 관광서비스 등의 비용이 평소보다 높아질 수 있으며,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명절 여행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결국 현대의 추석은 ‘어디에 가느냐’보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라는 방향으로 의미가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 명절 스트레스라는 새로운 현상

전통적인 명절문화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것을 긍정적인 가치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가족관계 역시 개인의 선택과 경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명절에 대한 평가도 양면적이다.
 

한편에서는 가족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랜 시간 만나지 않았던 친척들과의 대화에서 취업, 결혼, 소득, 주거, 출산 등의 사적인 질문을 받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경험하는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대 간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 세대 역시 자신들이 경험했던 사회적 조건을 기준으로 자녀 세대를 이해하려 하고, 자녀 세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려 할 때 발생하는 간극에 있다.

명절은 이 간극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드러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9. 조상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차례와 제례의 형식이 약화되는 현상을 두고 조상을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조상을 기억하는 방식은 반드시 제례의 형식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이 모여 오래된 사진을 보고, 부모와 조부모의 이야기를 나누고, 자녀에게 가족의 역사를 들려주는 것 역시 기억의 방식이다.

조상의 묘를 찾아가는 행위 역시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기억의 방법은 아니다.
 

과거에는 묘소와 제례가 가족 기억의 중심이었다면, 현대에는 사진과 영상, 디지털 기록, 가족 문서, 온라인 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의 기억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제례문화가 변화한다고 해서 조상에 대한 기억까지 반드시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형식의 유지보다 기억의 지속일 수 있다.


10. 유교적 명절문화의 약화는 자연스러운가

한국 사회에서 유교적 가치관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사회변화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인은 과거보다 개인의 선택과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한 역할을 강요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커졌다.

제사와 차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것을 단순한 전통의 붕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문화적 재편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유교가 사회 전체의 생활규범이었던 시대와 개인주의적 가치가 확대된 시대는 가족관계와 명절에 대한 기대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 추석의 형식이 변화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변화한다고 해서 과거의 문화적 가치가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조상을 기억하고 부모와 가족을 존중하며 공동체 구성원에게 감사하는 정신은 특정한 제례 형식이 사라진 뒤에도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의 핵심과 전통의 형식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11. 현대의 추석은 ‘농경의 명절’에서 ‘관계의 명절’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의 추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수확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농사를 짓고 수확한 결과물을 확인하고, 풍년을 감사하며, 조상에게 그 결실을 올리고,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 음식을 나누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

따라서 수확이라는 경제적 의미는 크게 약화되었다.
 

그 대신 추석은 가족과 인간관계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의미가 이동하고 있다.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어떤 방식으로 가족의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그리고 자신에게 휴식이 필요한가.

현대의 추석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추석은 완전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농경사회에서 만들어진 명절이 산업사회와 정보사회에 맞게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12. 미래의 추석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앞으로 추석의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질 가능성이 있다.

차례를 지내는 가족도 있을 것이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

고향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해외나 국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혼자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양한 형태를 하나의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는 것이다.

전통문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가 사람의 삶을 떠나 형식만 남게 되면 그 문화는 점차 의무가 된다.
 

반대로 사람들의 현재 삶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으면 전통은 다른 모습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

추석 역시 마찬가지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명령보다 ‘왜 우리가 이것을 해왔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조상을 기억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가족을 만나는 의미를 이해하고, 한 해의 결실에 감사했던 이유를 이해한다면 그 형식이 조금 달라진다고 해서 반드시 전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3. 오래된 생각을 버리는 것과 전통을 버리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흔히 전통을 지키는 것과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동일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두 가지는 다르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의 모든 행동을 반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지금까지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전통을 계승하는 더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수확물이 중요했다.

현대사회에서는 수확물보다 각자의 노동과 삶의 결과가 중요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 한집에 모이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현대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가족이 일정한 시간을 내어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 되었다.
 

과거에는 조상의 묘를 찾아가는 것이 기억의 중요한 방식이었다.

현대에는 사진과 영상, 기록을 통해 가족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도 있다.

형식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 있는 인간적인 의미는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전통 자체가 아니라, 현재의 삶과 맞지 않는 낡은 강요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결론

추석은 단순히 음력 8월 15일이라는 날짜가 아니다.

그 안에는 수천 년에 걸쳐 이어진 계절의 변화와 농경생활, 수확에 대한 감사, 공동체의 놀이, 가족관계, 조상에 대한 기억, 그리고 후대의 유교적 제례문화가 복합적으로 쌓여 있다.
 

문헌상으로 확인되는 신라의 가배에서부터 오늘날의 추석에 이르기까지 추석은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 적이 없다. 시대가 변할 때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추석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따라서 오늘날 차례가 줄어들고, 성묘 방식이 달라지고,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명절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히 전통의 붕괴라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어쩌면 또 하나의 변화 과정일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추석은 수확의 명절이었다.

산업사회에서 추석은 고향을 찾는 명절이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추석은 점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선택하고 확인하는 시간으로 변하고 있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하고, 누군가는 고향을 찾으며,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집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그 시간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현대의 추석이 될 수 있다.

전통은 과거에 멈춰 있는 박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계속 변하는 문화다.
 

따라서 추석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의 형식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복하느냐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추석이라는 이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지켜야 할 것은 ‘예전과 똑같은 추석’이 아니라,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이 서로를 기억하고 안부를 묻고 함께할 수 있는 추석의 정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추석의 형식이 아무리 달라진다고 해도 추석이라는 문화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추석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및 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추석」.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추석과 중국 중추절은 어떻게 다를까?」, 2026.

국립민속박물관, 「단오의 세시풍속」, 2026.

한국교통연구원, 「추석 특별수송대책기간의 통행수요 분석 결과」.

채주석·남석인, 「한국인의 세대 간 연대에 관한 연구: 근거이론의 적용」, 『한국노년학』, 41(5), 2021, 899-925.

한승훈, 「유형별 청자의 명절 갈등 표현 해석 양상 연구: 취업준비생을 중심으로」, 『영어영문학연구』, 47(4), 2021, 375-403.

이병준·허은정·이지인, 「세대 간의 문화 갈등, 융합 그리고 학습: 문화예술기관조직의 사례연구」, 『문화예술교육연구』, 17(3), 2022, 22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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